IT 개발자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래픽스 관련 개발을 할 때는 C++ 및 라이브러리 공부를 했고, 웹 개발자가 되면서는 백엔드, 프론트엔드 모두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배웠다. 그 와중에 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한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매달 기술서적을 구입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아 쌓이고만 있다. 이런 상황을 좀 개선해보려고 이 책을 읽게 됐다. 기술서적을 빨리 읽을 방법이 없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기술서에 관한한 특별한 독서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1년에 약 700권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얻은 통찰에서 기술서를 빠르게 읽을만한 단서를 얻은 것 같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독서법은 '플로우 리딩'이다. '플로우 리딩'이란,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듣지 않듯이 책을 읽을 때도 흐름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읽는다는 행동이 적극적인 행위임을 생각해봤을 때,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일독에 책의 모든 걸 흡수하려는 '정독의 저주'에 걸린 사람들에게 힘 좀 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플로우 리딩이 뭐든,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작가는 다독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환경 설정, 한줄 요약, 키워드 독서법을 소개한다. 아마 자기계발서에서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환경설정이란, 책 읽기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책을 읽는 특정 시간 혹은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의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을 읽는다던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분 동안 책읽기 등이다. 한줄 요약은 책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구절들을 모으고 그 중에서 다시 하나를 추려내고, 자신의 요약을 곁들이는 것이다. 작가는 책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 내야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와 같다. 키워드 독서법은 플로우 리딩의 더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책의 머릿말을 읽은 뒤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넘겨버리는 것이다. 만약 그래서 책의 흐름이 연결이 안된다면 소제목의 처음과 끝 5줄을 읽어보는 식으로 흐름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기술서적을 읽을 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키워드 독서법이다. 기술서에는 기술의 핵심이 되고 자주 쓰이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는 파트도 있고 잘 쓰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는데, 대부분은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기술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검색을 통해 확인하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읽는다면 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책들을 '읽지 않아도 되는 책'(나에게 필요가 없는 책),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등 어디서부터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책), '빨리 읽을 필요가 없는 책'(소설이나 에세이 등 스토리가 있는 책)으로 나누고 있다. 기술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빨리 읽을 수도 있고 빨리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끝으로 책의 제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작가는 자신이 매월 60권 가량 읽기 때문에 1년에 약 700권가량 책을 읽고, 그렇게 10년을 읽으면 7000권(만권에 가까운…?)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무지막지하게 퉁쳐서 7000권을 1만권이라고 퉁친 것이다. 원제목도 그런가 궁금해서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번역해봤다. 遅読家のための読書術――情報洪水でも疲れない「フロー・リーディング」の習慣 (Reading skill for lazy readers - customs of 'flow reading' which is not tiring even in information flooding). 직역하면 '게으른 독자들을 위한 독서 기술 - 정보 홍수 속에서도 지치지 않게 하는 플로우 리딩'정도가 된다. 책 제목이 거창하다 했는데…

책의 마지막 부록으로 작가가 기고한 서평들을 넣어놨는데 책을 읽고 싶도록 정말 잘 썼다. 반나절만에 읽고 서평을 저정도 수준으로 쓸 수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효과가 있는 방법인 듯 하다. 자 이제 책을 읽으러 가자.